창밖에선 비가 내리는 불쾌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나뭇잎 사이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며 마나미는 읽던 책을 자신의 무릎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추적스러웠다. 질척거리는 빗물의 소음이 두통을 데려온것처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삑삑. 에어콘의 온도를 더욱더 낮추고, 마나미는 한숨을 쉬었다. 순간, 현관에서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마치 올것이 왔다는듯 비릿한 미소를 지은 마나미는 고개를 현관으로 돌려 누군지 확인했다.

 

 "선배."

 

 아, 다 젖었어.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한채 어깨가 축 처진 한 사람이 몸을 덜덜 떨며 현관문을 닫고 들어왔다. 빗물에 잔뜩 젖은 옷을 꽈배기를 말듯이 쭉 짜더니, 투명한 빗물이 땅으로 줄줄 흘러내렸다. 은근슬쩍 보이는 하얀 속살에 마나미는 다시 웃음을 지었다. 뭐, 비가 꼭 나쁘진 않구나.

 

 "아라키라랑 싸웠어."

 

 자신의 애인이 못마땅하다는듯 투덜거리던 토도가 순간 조용한 침묵에 고개를 들었다. 패기있게 들어올때는 언제고 마나미의 눈치를 슬쩍 보며 중얼거리는 토도를 마나미는 가만히 응시하였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자신의 내면을 훑어보는걸 눈치챈건지 안절부절 못하는 토도를 한참이나 바라보고있다가, 자신의 무릎위에 얹어놓은 책을 소파 한켠에 던져놓고 토도를 향해 걸어가는 마나미였다. 순간 두려움에 질린 토도의 눈빛을 무시하고 차가운 손목을 잡아 집안으로 거칠게 들여보내고는, 욕실로 데리고가 붉은빛의 수건을 하나 꺼내 토도의 머리를 새끼고양이 다루듯이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 자신이 하겠다며 버둥거리는 토도를 제지하고 마나미는 묵묵히 토도의 젖은 머리를 닦아주었다.

 

 "내가 머리띠는 하지말라했잖아요."

 "…조용히해."

 "이 예쁜얼굴 다 가려질라."

 

 거침없이 돌진하는 맹수에게 공포에 질린것마냥 가만히 행동을 멈춘 토도의 어깨를 붙잡고 둘은 거울앞에 서서 시선을 맞추었다. 졸업한지 1년밖에 되지않았는데, 키가 훌쩍 커버린 마나미는 토도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보았다. 그에 비해 아무표정없이 물끄러미 마나미를 바라보고만 있던 토도를 보고, 마나미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 웃었다. 그리고 느릿하게 토도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얼마나 비를 맞으면서 밖을 돌아다녔는지 토도의 이마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나미의 따뜻한 온도가 토도를 녹여주는듯, 입술이 닿는순간 움찔거리는 토도였다.

 

 "마나미."

 "……."

 "…마나미. 지금은 안돼."

 

 항상 이렇게 흘러가는 마치 예견된 일상적인 일이였다. 하지만 토도는 눈을 부릅뜨고 마나미를 노려보며 거칠게 몸을 밀어냈다. 마나미는 마치 행동을 예상했다는듯 토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머리를 닦아준 수건을 건조대로 훌쩍 던져버리고 토도의 머리를 다시금 다정하게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안된다 했잖아. 하지마."

 

 토도는 또다시 마나미의 손을 냉정하게 내리쳤다. 허공에 갈곳을 잃은 자신의 손을 마나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비릿하게 미소를 흘린 마나미는 한참이나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토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예전이랑 달라진게 어째 하나도 없어요? 선배."

 "…시발, 그게 무슨소리야."

 "에이,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기는."

 

 실소와 함께 이런 장난쯤은 상관없다는듯이 마나미는 토도의 어깨를 감싸안고 욕조로 내팽겨쳤다. 물이 넘쳐 욕조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홀딱 젖은 토도는 놀람과 동시에 악을 쓰기 시작했다. 마나미는 그런 토도를 저지하며 젖은 옷을 억지로 벗기려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몸부림치는 토도때문에 물이 넘쳐 마나미의 옷까지 천천히 젖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귀신에 홀린것마냥 토도의 바지를 벗겨낸 마나미는 실실 웃으며 고민 할틈도 없이 욕실 밖으로 던져버렸다.

 

 "선배. 역시 선배는 아직도 나한테서 벗어나지 못한거죠."

 

 마나미는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를 하고 혀를 내밀어 토도의 차가운 목을 핥아내렸다. 물컹한 감각에 토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마나미의 어깨를 잡고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라키타상보다는 아직은 내가 더 좋잖아요. 그래서 날 이렇게 찾아오는거잖아요. 내말이 틀린가요?"

 "마나미, 오해하는거같은데 난 그저-"

 

 토도의 말 한마디가 마나미의 짧은 입맞춤에 먹혀버렸다. 그야말로 토도는 해탈상태였다. 어느샌가 자신의 허리를 쓸어내리며 가뿐 숨을 내뱉고 있는 마나미를 보며 토도는 자기도 모르게 하반신이 뜨거워져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선배, 장마는 좋은거였어요. 그쵸. 진파치 선배."

 

 토도는 자신의 다리를 허공위로 벌리며 허리에 감는 마나미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속안에서는 마나미가 욕실밖으로 내팽겨쳐놓은 자신의 옷가지들이 맴돌 뿐이였다.

 
 
 

 

 

 

 

 

 

 

 


뭔가 아라키타랑 사귀는데 계속 마음은 마나미한테 가서 몸만 붙어먹는 그런 복잡미묘한 더러운 관계가 좋다

마나미는 그냥 토도랑 하는게 좋아서 이용해먹는 그런 얀데레 비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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